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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왜 감리기능을 CM의 일부분으로 유지해야 하는가

작성자: 유정호 광운대학교 교수 등록일: 2026-09-21 조회: 61

최근 현업 일각에서 감리와 CM의 재분리(이원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현재 건설의 최대 화두인 품질과 안전의 성과를 높이는 길이라는 논리다. 이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프로젝트 관리의 통합성을 간과하고 있다.

글로벌 프로젝트 관리 표준인 PMBOK Guide가 천명하는 핵심 원칙 중 하나는 ‘통합관리(Integration Management)’이다. 건설 프로젝트는 범위·일정·비용·품질·자원·리스크·소통 등 여러 지식영역으로 구성되지만, 이들 각각을 독립적으로 관리해서는 프로젝트 전체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하나의 통합된 관리체계 하에서 모든 영역을 조정하고 제어하는 것이 프로젝트 성공의 전제 조건이다. 이는 프로세스 그룹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체 프로젝트 관리의 정합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려면, 그림처럼 각 지식영역 내에서 계획, 실행, 통제 등 프로세스 그룹이 반드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통합의 원칙을 건설현장에 적용해 보자. 사업비·공기·품질·안전에 대한 관리업무를 서로 다른 주체가 쪼개서 수행하거나, 여러 프로세스 중 오직 통제(감시) 기능만을 떼어내어 감리자에게 맡길 경우 모순과 인과관계의 단절이 발생할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째, 품질·안전관리계획의 적정성을 사전에 검토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단순히 계획대로 시공되는지만 체크하는 것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둘째, 초기 공정계획이 어떠한 제약 조건 하에 수립되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정확한 공기 지연의 원인을 판단하고 만회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까?

셋째, 도면오류에 대한 사전 검증 없이, 단순히 ‘설계서대로 시공되었는지’만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붕괴 사고의 근본 원인을 막을 수 있을까? 책임소재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업비·공기·품질·안전의 관리계획 검토·승인 주체와 계획이행 확인 주체가 서로 다를 경우, 그 성과에 대한 책임 소재를 어떻게 분명히 할 수 있을까?

현재의 건설기술진흥법은 통합의 당위성을 수용하고 있다. CM의 업무범위를 ‘설계 전 단계부터 시공 후 단계’까지 포괄하도록 규정하며, 사업비·공기·품질·안전 등 각 관리업무 주제별로 ‘계획의 검토부터 이행여부 확인’까지 단일 주체가 책임지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프로젝트 관리의 이론은 물론 ISO가 제시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도 부합하는 제도적 장치다.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서 질문해 보자. 감리기능을 CM으로부터 때어낸다고 해서 지금 현업에서 품질하자나 안전사고의 문제가 마법처럼 사라질까? 문제의 본질은 제도의 명칭이나 업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인의 실질적 역량’과 ‘관리시스템의 작동성’에 있다. 통합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때 발생하는 시너지는 실질적이고, CM 중심의 통합관리 모델은 이원화 모델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글로벌 스탠다드다.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할 당면 과제는 제도를 과거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감리기능을 포괄하고 있는 CM의 관리수행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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