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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숫자가 말해주는 건설사업관리(CM)의 가치

작성자: 유정호 광운대학교 교수 등록일: 2026-10-21 조회: 21

건설사업관리(CM)의 가치를 숫자로 확인해보자. 이 시도에는 현실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계량화를 통한 객관화가 CM의 효용 가치를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임은 틀림없다. 우선 질적 관점인데, 공급자로서의 CM 전문가 148명의 견해와 함께, 수요자로서 LH의 평가 결과를 살펴보고, 다음으로는 양적 관점으로서 시장 규모의 성장 상황을 살펴보도록 한다.

CM 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여러 CM 업무 중 중요하다고 꼽은 5개 업무에 대해 그들이 스스로 평가한 업무별 성과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보면, 1순위 설계변경 및 원가통제는 85점, 2순위 시공성 검토를 통한 재시공 예방도 85점, 3순위 품질관리계획 이행 및 품질관리는 84점, 4순위 프로젝트 통합관리는 82점, 그리고 5순위 공기준수 및 만회공정 수립은 80점을 받았다.

다음은 발주자의 평가로서 LH가 메긴 점수를 살펴보자. 일정 조건의 공공 건설사업관리 용역은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발주청의 건설엔지니어링 평가를 받는다. LH에서 받은 점수를 보면, 2021부터 2023까지 3년간 126건의 평가가 있었는데, 평균 점수가 86점이다. 주요 평가 항목별 점수를 살펴보면, 시공계획 검토 및 조치의 적정성 84점, 공정관리계획 검토 및 조치의 적정성 81점, 품질관리계획·품질시험계획 검토 및 조치의 적정성 79점, 안전관리계획 검토 및 조치의 적정성 81점 등이다.

전반적으로 80점대 점수, 학점으로 치면 B학점 수준이다. B학점은 ‘우리나라 CM이 전문지식과 기술을 대체로 잘 소화하고 있으며, 주어진 틀 안에서 성실한 업무수행으로 실제 건설사업에서 기대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고 해석되는 점수이다. 한마디로 CM은 이제 건설사업에서 본연의 자리를 잘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A학점이 요구하는 ‘기존 틀을 깨는 통찰력’이나 ‘주도적이고 선제적인 업무처리’ 또는 ‘압도적인 완성도’라던가 ‘글로벌 수준의 고부가가치 CM’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난 30년 축적의 시간을 고려한다면 아쉬운 점수이고, 다음 도약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는 큰 과제로 남아있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곳이다. 공급되는 CM 서비스의 질이 수요자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CM 시장은 성장이 정체되거나 아예 사라질 것이다. 한국CM협회의 CM능력평가‧공시(2025년 실적)에 따르면, 용역형 CM 실적은 총 1조3,655억 원을 기록하였다. 2014년 4,611억원에서 약 3배 성장한 것이다. 이를 공공과 민간으로 나눠서 살펴보면, 공공 시장은 약 7배 성장하였고, 민간 시장은 약 1.5배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CM이라는 전문 서비스의 가치가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CM능력평가가 법적 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CM 시장의 성장이 공공 부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공공건설과 민간건설의 비중이 대략 3:7 정도인 점을 고려한다면, 공공부문 의존도에 담긴 함의를 곰곰이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숫자는 CM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언어다. 현재까지의 숫자가 한국 CM의 ‘필요성’을 입증했다면, 앞으로의 숫자는 CM의 ‘혁신성’을 증명해야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Good is the enemy of great"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 한국 CM, B급에 만족할 것인가, A급으로 도약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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