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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형 건설사업관리(CM) 30년의 자화상 : 책임감리 통합의 명(明)과 암(暗)

작성자: 유정호 광운대학교 교수 등록일: 2026-09-02 조회: 193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연이은 참사가 낳은 제도적 산물이 바로 ’책임감리’였다. 1995년 건설기술관리법 개정으로 도입된 책임감리제도는, 감리자에게 ‘품질과 안전에 대한 전적 책임’이라는 큰 임무를 부여했다. 감리전문회사만이 책임감리를 수행할 수 있었고, 감리자는 시공의 주요 단계를 지키는 방패 역할을 맡게 되었다. 책임감리제도는 현장의 질적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2011)은 부실벌점 부과 업체수와 업체별 평균 부실벌점 감소를 보고했다. 또한 제3자 감리 원칙에 따라 감리자의 독립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서 발주자-시공자 간 유착 관행이 개선되었다. 

 

그러나 책임감리에는 그림자도 있었다. 감리는 품질과 안전을 견제해야 하지만, 발주자의 비용·공기 압력 앞에 무력해지기도 하였다. 더욱이 각종 제도가 복잡해지면서, 현장을 직접 챙기며 확인하는 일보다 각종 보고서 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현상이 굳어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2002)에 따르면, 감리자는 자신들의 성과 저하 1순위 원인으로 발주청의 간섭(29.0%)을 지목하였다. 

 

2014년은 한국 건설사업관리 역사의 분수령이었다. 건설기술관리법이 건설기술진흥법으로 새로워졌는데, 그 핵심은 “건설기술 관리체계를 규제 중심에서 산업의 진흥과 지원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종전에 설계감리, 책임감리, 건설사업관리 등으로 분절되어 있던 업역이 건설엔지니어링업이라는 단일 체계로 통합되었고, 책임감리는 ‘감독권한대행건설사업관리’라는 이름으로 건설사업관리의 하위 개념으로 재편되었다. 

 

이 통합의 원래 취지는 명확했다. 첫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건설사업관리 기업과 기술인의 육성이었다. 기획부터 설계, 조달, 시공, 준공까지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관리할 수 있는 종합 건설엔지니어링 기업을 육성함으로써, 한국 건설기술산업의 해외 진출과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자는 것이었다. 둘째, 업역 간 칸막이를 허물어 기술인력의 이동을 자유롭게 함으로써, 시공단계 감리에만 갇혀 있던 인력이 설계와 기획 단계까지 아우르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제도는 바뀌었지만 현업의 관행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통합 후 10년 이상 지난 지금도, ‘건설사업관리’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실질적인 업무는 종전의 감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국CM협회의 2025년 공공공사 CM용역 발주금액 현황을 보면 시공단계가 전체의 95%이고, 설계·시공 모두를 포함한 금액은 4.1%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문 건설사업관리 업체와 기술자의 육성이라는 원래 취지가 현업에서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냉철히 직시할 필요가 있다. 

 

3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의 건설사업관리는 양적인 측면에서는 분명 성장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업관리 시장 규모는, 2014년 4,611억 원에서 2024년 12,781억 원으로 연평균 10.7%로 성장했다. 또한, 2014년 이후 감리기능을 내재화한 건설사업관리는 기존 감리제도의 ‘감시와 단속’이라는 패러다임을 벗어나 ‘절차적·기술적 시스템 관리’로의 전환을 이루어냈고, 이는 칭찬받아 마땅한 성과다. 

 

그러나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의 방향이 당초 목표에 부합하는지는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제도의 통합 취지를 현업 작동 관행과 정렬시키는 것이, 다음 30년을 준비하는 첫 번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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